2024년 6월, 한국거래소는 클라우드 기업 이노그리드의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취소했습니다. 1996년 코스닥 개장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사유는 실적이 아니라 과거 지분 관계를 둘러싼 법률 이슈 하나였습니다. 문제는 그 원인이 대부분 시드나 시리즈A 시절에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때 바로잡았다면 간단했을 문제들, 하나씩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1. 투자계약상 우선권은 상장한다고 저절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사전동의권, 상환권, 이해관계인 연대책임, 위약벌 같은 투자자 우선권이 남아 있는 상태로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 전원에게서 우선권 소멸 확약서를 받아야 하므로, 투자계약 단계에서 "상장예비심사 청구 시 우선권은 자동 실효되고, 상장이 철회되거나 탈락하면 부활한다"는 조건부 소멸 조항을 미리 넣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환권도 남아 있으면 회계상 부채로 분류되어 자본잠식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상장 전 보통주 전환이 필요하고, 애초에 전환우선주(CPS)로 투자를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2. 상장 실사에서 가장 자주 터지는 지뢰, 스톡옵션
상법상 주식매수선택권은 정관에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부여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러한 절차를 생략한 채 이사회 의사록만으로 부여하거나, 대상자와 수량·행사가격을 특정하지 않은 사례가 흔합니다. 심지어 창업 초기에 일종의 보너스처럼 임의로 부여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부여된 스톡옵션은 무효입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이 흠결이 상장 직전 실사에서야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그때는 이미 퇴사자가 생겼고 기업가치가 올라 재부여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해당 임직원에게 현금으로 보상하고 흠결 있는 부여를 무효로 정리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깔끔한 해법입니다.
3. 엔젤 지분과 차명주식은 늦어도 시리즈A 전에 정리하세요
명의신탁 주식은 증여로 의제되어 과세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주주 실체와 지분 변동 내역을 소명하지 못하면 경영 투명성 문제로 직결됩니다. 상장예비심사 신청 전 1년 이내에 최대주주가 바뀌거나 제3자배정 신주가 발행되면 의무보유 대상이 되고 경영 안정성 심사에서도 불리합니다. 전환사채나 SAFE가 미전환 상태로 남아 있는 것도 같은 문제입니다. 초기 계약서에 전환 시점과 전환가액이 모호하게 적혀 있으면 정리 과정 자체가 투자자와의 분쟁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IPO 준비는 시드 투자계약서에 서명하는 날부터 시작됩니다. 상장 심사는 회사의 과거를 처음부터 다시 읽는 절차입니다. 5년 전 이사회 의사록 한 장, 창업 초기에 지인에게 넘긴 주식 한 주까지 소명해야 하고, 프리IPO에 와서야 "지금이라도 정리가 되겠느냐"고 묻는 대표님들이 많습니다. 투자를 받을 때마다 우선권 실효 조항, 스톡옵션 부여 절차, 주주명부와 등기의 정합성, 이 세 가지만 점검해도 상장 심사에서 만나는 굵직한 법적 흠결은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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