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약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최철민 대표 변호사입니다. 투자계약서에서 창업자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조항 중 하나가 전환가액 조정, 즉 리픽싱(Re-fixing) 조항입니다. 다운라운드가 발생했을 때 이 조항 하나가 창업자의 지분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만큼 매우 중요한 조항인데요, 오늘은 이 핵심 개념에 대해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1. 리픽싱 조항이란 무엇인가요?
RCPS(상환전환우선주) 투자자는 보유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Conversion Right)을 갖습니다. 리픽싱 조항은 후속 투자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신주가 발행될 경우, 기존 투자자의 전환가액도 그만큼 낮춰주는 약속입니다. 예를 들어 시리즈 A에서 주당 10,000원에 투자한 투자자의 전환가액이 시리즈 B 다운라운드로 5,000원으로 조정되면, 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10만 주에서 20만 주로 늘어납니다. 추가 투자 없이 지분이 2배가 되는 셈이고, 창업자 지분은 그만큼 희석됩니다.
2. 풀 래쳇(Full Ratchet) — 가장 강력한 투자자 보호
풀 래쳇은 후속 라운드의 신주 발행가액이 기존 전환가액보다 낮을 경우, "발행 규모에 관계없이" 전환가액을 새로운 낮은 가액으로 전면 교체하는 방식입니다. 시리즈 B에서 단 100만 원어치 신주를 발행하더라도 시리즈 A 투자자의 전환가액은 새 발행가로 전면 조정됩니다. 국내 표준 RCPS 투자계약서에 기본 삽입된 '신주의 발행가액이 전환가액을 하회하는 경우 그 하회하는 가액으로 조정한다'는 문구가 사실상 풀 래쳇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창업자가 이 조항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서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가중평균(Weighted Average) — 균형을 찾는 타협안
가중평균 방식은 기존 주식수와 신규 발행 주식수를 함께 고려해 전환가액을 조정합니다. 신규 발행 규모가 작으면 조정 폭도 작고, 규모가 크면 조정 폭도 커지는 비례적 구조입니다.
가중평균 방식의 기본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정 전환가액 = (기존 주식수 × 기존 전환가액 + 신규 발행 주식수 × 신규 발행가액) ÷ (기존 주식수 + 신규 발행 주식수)
위 사례에서 풀 래쳇이라면 5,000원으로 바뀔 전환가액이 가중평균에서는 약 9,167원으로 유지됩니다. 가중평균은 다시 광의와 협의로 나뉘는데요, 그 중 창업자에게 더 유리한 것은 스톡옵션·전환사채 등 잠재 희석 주식까지 포함해 계산하는 광의의 가중평균입니다.
4. 창업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체크포인트
계약서에 어떤 리픽싱 방식이 담겨 있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협상력이 있다면 가중평균 방식으로 수정을 요청하는 것이 합리적인 협상 포지션입니다.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전환·행사가액이 현재 전환가액보다 낮다면 리픽싱이 발동될 수 있으니 예외 조항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많은 계약서에 포함된 'IPO 공모단가의 70%가 전환가액을 하회하면 전환가액을 조정한다'는 조항은 상장 직전에 발동하는 리픽싱 조항으로, 별도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비율은 협상을 통해 낮출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리픽싱 조항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투자계약서 서명 전 반드시 스타트업 투자 전문가와 함께 검토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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